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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날에 작성하는 일기

천재들의 실패

메리웨더. 잘 몰랐던 생소한 이름. 시카고 출신에 수학을 잘하고 수학선생을 하다 MBA를 마친 사람. 웨스타인이라는 살로몬 트레이더의 차입거래를 책임지며,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에 배팅하고, 그 변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을 체험하며, 채권 분야의 차익거래 대가가 된다.

대학원에서 지겹도록 공부한 옵션의 출발점. 블랙-숄츠 모형의 창시자, 블랙, 숄츠, 그리고 머턴까지 모두 가세한 LTCM을 만들어 정교한 수학모델을 통해 비정상(?)적인 거래를 찾고, 거기에 반대거래를 해서 차익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사실 투기의 형태라기보다는 시장에서 보이는 조그만 수익(5센트 동전줍기라고 표현했던)을 차입거래를 통해 엄청난 규모로 하고, 그래서 돈을 많이 번다는 게 핵심이다.

왜 실패했을까라는 내용에 대해 매우 사실적(?)인 묘사와 분석, 서사적인 내용으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LTCM이라고 하면 늘 정규분포만을 가정해서 팻-테일의 가능성을 무시하다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팻-테일에서 말 그대로 주저앉아 버린 케이스라고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도서관에 연체(?)해가면서 읽으며 느꼈던 것은 이런 시스템적인 오류보다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는 것이다. 그들 말처럼 5센터를 줍는 차익거래는 점점 시장에서 찾기 힘들어지나, 투자자들은 그들에게 성과를 요구하고. 그렇기에 LTCM은 점점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다. 그들이 문외한이었던 합병거래, 저 먼 외국 주식거래까지..6000 여개가 넘는 포트폴리오가 있었다는 사실은.. LTCM의 무모함과 함께, 투자자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막 생긴 헤지펀드가 엄청난 자금력을 확보하기 위해 그들의 포트폴리오를 숨기고, 차입여부도 숨겨가며 어떻게 보면 은행들을 손바닥에서 가지고 놀며 했던 투기(?)는 결국 LTCM은 물론 그들에게 돈을 제공했던 은행들의 목까지 죈다. A 은행의 차입금으로 리스키한 투자를 하고, 그 투자에 다른 파생상품을 걸어 다른 B 은행을 거기에 엮고..머리가 좋다고 해야 하는 건지. 나쁜 넘들이라 해야 하는 건지..참 그렇다. 

어쨌든 러시아 모라토리움을 출발점으로 그들의 차익거래는 보기좋게 빗나간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정상적으로 돌아온다에 배팅했던 LTCM의 기대와 달리 시장 스프레드는 미친듯이 상승하기만 했고, 또한 위기에 대한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투자심리 때문에.. 진정해야 하는 시장의 변동성은 폭주기관차처럼 올랐다. 그 와중에 우리가 최고로 생각하는 골드만삭스는 비열한(?) 방법을 써서..책의 표현대로라면 LTCM 눈앞에서 그들을 강간했다. 도와주는 척 하며 LTCM의 보물처럼 여겨졌던 포트폴리오를 알아내고, 그것들을 후려쳐버린다.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질 때까지..그리고 마침내 그걸 되사려는 야심을 보인다. 이게 투자은행의 세계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코진이라는 메리웨더의 MBA 동기이자 골드만삭스 임원은 그 와중에서도 전체를 생각했던 사람이다.

골드만삭스는 1) 은행 컨소시엄을 구축해 LTCM을 구하자 2) 버핏과 함께 헐값에 LTCM을 사자 라는 두 가지 안을 가지고 음흉하게 은행 CEO들과 접촉한다. 결국 2번은 실패하고, 은행장들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금융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할 수 없다며..결국 컨소시엄을 구축해 LTCM을 돕는다. 97년말 IMF 등으로 촉발된 이 위기는 2000년 LTCM이 컨소시엄의 모든 부채를 갚고, 펀드 자체를 청산하면서 끝나게 된다.

모 허무함 이런 거보다..냉혹한(?) 전쟁터같은 월스트리트를 간접체험한 시간이었다. 돈을 버는 짐승?? 흠.. 그리고 어찌 됐던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일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그 수난 속에서도 다시 그들만의 리그에서 다시 살아남고..아이러니다. JWM이라는 헤지펀드를 다시 만들어 투자한 메리웨더. 어떤 금융인이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끝으로 어설픈(?) 번역으로,, 차라리 영어로 쓰지 왜 그걸 굳이 번역해서 더 헷갈리게 하는건지.. 책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해준 한국경제신문에 감사한다. 그래서 매일경제를 더 열심히 볼 계획이다.

시장은 승자만 기억한다고? 아니다. 시장은 흔드는 사람을 기억한다!!!

"문제는 LTCM의 재앙이 단순히 하나의 고립된 사건, 즉 자연이란 항아리에서 어쩌다가 뽑힌 나쁜 패였는가, 아니면 시장의 모든 사람이 모든 리스크를 동시에 헤지할 수 있다고 하는 블랙-숄스 공식 자체가 불어넣은 허상의 피할 수 없는 귀결인가 하는 것입니다" -머턴 밀러, 미국 경제학회 주최 노벨상 수상 기념 오찬에서의 연설(1999.01.04)

사실 LTCM 문제의 해결은 연방은행의 돈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일종의 압력을 통해 시중은행 CEO들을 불러다 놓고, '니들끼리 이거 해결, 합의 못하면 우리 시장 전체가 통째로 망한다'는 협박아래 성사되었기에, 어째서 '탐욕'으로 돈을 벌려고 했던 헤지펀드와 투자은행들을 망하게 내비려두지 않고, 손벌려 도와주려 하느냐는 비판 아닌 비판을 초래했다. 그리고 파생거래에 대한 규제를 못했던 그린스펀에 대한 비판도..

그런데 2008년, 2009년을 다시 돌아보면 지금도 그 때랑 별반 다를 게 없는 거 같다. MBS 파생시장을 규제할 여력이 없는 마당에, 투자은행들은 앞다퉈 도대체 파생의 기본이 되는 'Asset'이 무엇인지도 모를 상품들을 시장에 내어놓고 탐욕을 불렀다. 그리고 그들이 시장을 완전히 망하게 하자..세계 정부들이 나서서 그 불을 꺼주었다. 왜 그럴까??? 리만 브라더스를 그래서 망하게 한걸까? 시범케이스로?? 흠흠흠

함께 잘 사는 세상. 정정당당하게 돈을 벌어서 멋지게 쓰는 세상을 만들어보자